로고

與, '조건부' 이태원 참사 국조 확정… "예산안 처리 후 국조"(종합)

김인옥 기자 | 기사입력 2022/11/24 [23:31]

與, '조건부' 이태원 참사 국조 확정… "예산안 처리 후 국조"(종합)

김인옥 기자 | 입력 : 2022/11/24 [23:31]

與, 의총서 예산안 처리 후 국조 협상 결정
주호영 "巨野 현실에 계획 변경할 수밖에"
원내대표단 협상 위임…"많은 양보 말아야"

"세월호 재판" "이재명 물타기" 등 격론도
격론 중 "정부와 이야기됐나" 질문에 반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2022.11.23. 

국민의힘은 23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참여한다는 '조건부 국조' 카드로 야당과 협상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또 협상 권한을 원내대표단에 위임하되, 야당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 실시를 승인받고, 구체적인 국정조사 계획은 원내대표단이 위임받아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선(先) 경찰조사·후(後) 국정조사' 입장을 견지해오던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합의 실시'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열어 이 같은 대안을 당내 의원들에게 보고한 뒤 의견을 청취했다.

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대로, 또 우리 당의 요구대로 예산안 처리 이후에 실질적인 국정조사 실시에 들어간다면 원내대표단에 (협상을) 위임하고, 국정조사 조건 등은 원내대표단이 권한을 가지고 협상해달라는 게 의총 결과"라고 부연했다.

주 원내대표는 결정 배경에 대해 "이틀 전 의총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인 우리 당이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를 내일(24일) 의결하겠다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의원들은 원내대표단 협상 시 야당에 많이 양보하면 안 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기간의 문제, 국정조사 기관의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인해 끌려가듯이 국정조사를 하지 말라는 당부가 많았다"며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국정조사를 과감히 하되, 정쟁으로 흘러가는 국정조사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일종의 협상 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가 민주당의 요구에 다 끌려갈 수는 없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안 할 수 없다"면서도 "의견 접근이 많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정조사 원칙에 맞지 않거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조사 참석 기관과 범위에 대한 협상을 묻는 말에는 "최종 합의되면 발표할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오간 발표를 밝히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도 국정조사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엔 "그 문제도 합의되면 발표하겠다. 협상 과정에서 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 건 협상에 이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당분간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23.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6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몇몇 의원들은 이번 국정조사가 제2의 세월호 재판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주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상 중인 상황임을 이유로 협상 안건을 설명하지 않아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참석자들 중 박성중·이채익·조해진·김정재·송석준 의원이 공개적으로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의총 도중 나와 "이 사건은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이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 야당이 겨냥하는 곳은 대통령, 장관 등 아닌가"라며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최초 수사 보고도 없는데 국회가 뒤엎고 국정조사를 하자는 건 다분히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하고 제2의 세월호 망령을 이용해 권력을 무너뜨리겠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이라 어려운 입장이지만, 의원들은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석준 의원도 "문제는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강요한 것"이라며 "중간 수사 발표도 안 나왔는데 정치권이 끼어들면 수사 관계자들이 조사 중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괜히 정치권에서 간섭하는 모습만 나와 실제 궁금한 점을 들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국정조사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합의가 안 끝났다고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원내대표단이) 용산과 (의견 조율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친윤(親尹)들이 다 반대했다. 표정이 일그러지고, 많이 안 나왔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11.23

의원들 간 입씨름이 계속 이어지던 가운데 친윤계로 분류되는 재선 김정재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향해 "정부와 이야기가 된 것인가"라 물으면서 의총장의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참석자는 "김 의원이 '정부와 얘기가 된 것인가'라며 대통령실의 의중을 넌지시 물어보자 주 원내대표가 '제가 이렇게 하는데 정부와 얘기를 안 했겠느냐'라고 답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주 원내대표가 박수로 힘을 실어달라고 하자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박수를 쳤고, 덩달아 박수를 쳤다"며 "범친윤계가 용산의 뜻이 그렇다고 하는데 반대할 의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도 "대상 기관과 범위에 대해 원내대표가 어느 정도 정부와 조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부와 얘기를 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예산 등을 얻어낼 수 있다면 전혀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지만 원내대표 고심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참석자는 "우리 당이 너무 거부하면 국민들이 '또 뭐가 있길래 저렇게 숨기려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예산 통과를 전제로 협의하겠다고 했으니 협의가 원만하게 되면 명단을 제출하는 등 조처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소통 중인 점을 강조했고, 원내대표단이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여주면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와 함께 '많은 것을 양보하면 안 된다'는 조건으로 원내 의원 간 합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11.23.

한편, 의총을 마치고 나온 의원들은 의총 결정을 존중하며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해서 협상을 이끌어가자는 취지로 의견을 모았다"며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하자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법 등은 원내대표에게 위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의총에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질문에 "저번 회의는 국정조사를 아예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원내 협상을 이끄는 원내사령탑의 고민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집권여당으로서 국정 전반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송석준 의원은 "민생과 예산안 처리가 중요하다. 저쪽은 모든 것을 볼모로 잡으려 한다"면서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결과를 본 뒤 미흡하면 아프지만 정부여당의 잘못을 까고, 우리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의원은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에는 동의한다. 일단 시기를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고, 160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사망했다.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못 받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