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과정에서 드러난 윤핵관 장제원
나경원 집단린치 논란 더해 상징성 사라져
전문가들 “연대 전략에만 기대면 안 돼…리더십 증명할 때”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장제원·나경원·조경태 등 ‘중진 연대’를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보수층 지지 세력 결집과 확장에는 아직 별다른 효과가 없는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적합도·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후보는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대 전략에 기대지 말고 리더십을 증명할 때라고 조언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송파을 의원의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의 당 대표 적합도·지지도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1·2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현재 아무와도 연대를 하고 있지 않는 안 후보와 달리, 김 후보는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섰다.
김 후보가 연대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장연대’의 장제원 의원, ‘김나연대’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있다. 최근에는 당 대표 출마 이후 낙선한 조경태 5선 중진의원과도 연대했다. 하지만 지난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3곳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와 안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당 대표 지지도에서 오차범위 안팎에서 1·2위를 앞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진 연대’에도 김 후보가 공략한 ‘수도권·중도보수층’의 지지 세력 결집·확장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성적표인 셈이다.
당 대표 후보 최종 4인에 대해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폴리뉴스 의뢰로 지난 14~15일 진행한 당 대표 지지도 결과는 김 후보 41.2%, 안 후보 24.6%(표준오차 95% 신뢰수준 ±2.6%포인트)였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3~14일 진행한 당 대표 지지도 결과는 김 후보 44.2%, 안 후보 29.3%(표준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안 후보 30%, 김 후보 26%(표준오차 95% 신뢰수준 ±4.9%포인트)였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PNR 조사에서 김 후보 50.8%, 안 후보 38.1%가 나왔고, NBS 조사에서는 안 후보 43%, 김 후보 3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천하람(왼쪽부터),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진 연대’ 전략은 좋았지만… 윤핵관·나경원 논란으로 의미 퇴색
일각에서는 이처럼 김 후보가 ‘중진 연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연대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으로 연대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의 ‘중진 연대’ 첫 시작이었던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과 ‘함께 한다’는 이미지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은 김 후보에게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30분 정도 차를 마셨다는 것을 신호로, 그해 12월 2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는 “김장 잘 담갔다”라는 말로 김장연대를 공식화했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지지와 당원들의 이목은 김 후보에 집중됐다. 하지만 장 의원과의 연대는 김 후보의 부족한 역량으로 꼽히는 ‘수도권·중도보수층’으로까지 지지세를 확장하지는 못했다. 장 의원도 부산 사상구가 기반인 만큼 수도권·중도보수층 지지 기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윤핵관에 대한 비호감도를 포함해 ‘대통령 당무개입설’ 등 국민적 비판 수위가 높아지면서 김 후보가 “김장은 끝났다”라는 말과 함께 김장연대를 약화했다.
두 번째 연대인 ‘김나연대’는 ‘나경원 때리기’로 빛을 잃은 경우다. 지난달 25일 나 전 원내대표가 이번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 장제원·박수영·이철규 등 친윤계 의원들은 여러 측면에서 나 전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반윤(반윤석열) 논란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나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 불출마를 공식화하자마자 김 후보는 ‘삼고초려’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7일과 9일 ‘김나연대’가 공식화됐다.
하지만 ‘나경원 집단 린치’ 상처가 회복되기도 전에 연대하다 보니 표심 결집을 위한 연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7일 오찬 회동 이후 표정이 밝지 않은 나 전 원내대표의 모습에 ‘억지 지지’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9일 다른 행사장에서 김 후보와 나 전 원내대표는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나경원 캠프를 꾸리고자 했던 실무진들이나 인사들이 김 후보 캠프를 가지 않거나 경쟁자인 안 후보 캠프 쪽으로 간 경우도 있었다. 김나연대가 ‘화학적 결합’까지 이룬 수준의 연대는 아니라는 의미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나연대’는 연대라는 이름의 ‘늑약’ 혹은 ‘불평등 조약’에 가깝다. 때문에 나경원 대표를 지지해서 캠프에 모였던 사람 중 일부가 김나연대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후보 캠프 쪽으로 간 게 아닌가 싶다”면서 “하다 못해 김기현 후보는 ‘초선의원 연판장’ 때에도 아무 말씀 안 하고 지켜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천하람 후보의 ‘초선 의원들의 나 전 원내대표 비판 연판장에 대해 왜 당의 원로로써 말 한마디 안 했냐’는 지적에 “사안 자체를 놓고 보면 이유가 있다”며 “대통령의 뜻을 마음대로 곡해하면서 내부 분란을 일으켰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김 후보도 과거 울산시장 선거 당시 ‘집단 린치’를 당해봤기 때문에 나경원 대표가 겪은 그 감정을 잘 알았을 것”이라면서 “당시 본인도 ‘정치 공작’이라고 했는데 적어도 당의 어른이고, 원로였다면 방관하지 말고 말 한마디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나.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견고한 김나연대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기현의 무색한 ‘연포탕’…결국 본인이 ‘당 대표감’ 증명해야
전문가들은 김 후보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연대만으로 당 대표 선거에서 압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김 후보가 펼친 ‘중진 연대’ 전략이 ‘화학적 결속의 연대’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뿐더러, 당원에게 ‘정말 김기현 후보가 당 대표감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중진 연대’를 통한 당내 지지 결집을 어느 정도 이뤘다면 그 다음은 본인의 당 대표로서 역량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김 후보가 중진들과 연대하는 것은 당내 안정감을 찾고 주류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대 전략은 그 이상의 기대 효과는 없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화학적 결합까지는 못 간 연대라고 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당 대표 후보가 ‘누구와의 연대’만으로 기선제압하겠다는 건 잘못된 선거 전략이다. 이건 부수적인 것이고 결국은 ‘총선 승리’와 ‘당 개혁’ 등 본인이 지도자감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3주간 김 후보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