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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영웅 또 울렸다, 유족연금 아직도 안준 정부

이강순 기자 | 기사입력 2021/05/24 [08:23]

천안함 영웅 또 울렸다, 유족연금 아직도 안준 정부

이강순 기자 | 입력 : 2021/05/24 [08:23]

특별법 시행 때는 "전사자 예우" 크게 홍보

지난달 유족들 항의하자 뒤늦게 조치 나서

국방부 관계자 "다른 업무 처리로 늦어졌다"

한기호 의원 "생색은 다 내고, 정작 예우 안해"

정부가 사망 당시 진급할 예정이었던 천안함 전사자 등 34명에 대한 2계급 추서 진급이 결정된 뒤에도 이에 연동한 유족연금 지급을 19개월 동안 미룬 사실이 23일 드러났다. 앞서 국방부가 지난 2019724일 추서 진급의 근거가 되는 관련 특별법이 시행되자 언론에 유족연금 등 예우가 달라질 것이라며 크게 홍보했던 것과 다르다,

 

 

 

당초 홍보와 달리 연금 지급이 미뤄지며 유족들이 최근 항의하자 군 당국은 오는 25일 밀린 연금을 일괄 소급해 주겠다고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 임재엽 상사와 해상 작전 임무 수행 도중 순직한 해군 고 홍승우 소령의 특별진급 묘비 제막식이 지난 2019102일 국립대전현충원 고인들의 묘소에서 각각 열렸다. 이날 제막을 마친 고 임재엽 상사(왼쪽)와 홍승우 소령의 유족들이 고인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군 당국은 앞서 2019724일 시행된 진급 예정자 2계급 추서에 따라 임재엽 중사를 상사로, 홍승우 대위를 소령으로 각각 1계급 특별진급시켰다.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 임재엽 상사와 해상 작전 임무 수행 도중 순직한 해군 고 홍승우 소령의 특별진급 묘비 제막식이 지난 2019102일 국립대전현충원 고인들의 묘소에서 각각 열렸다. 이날 제막을 마친 고 임재엽 상사(왼쪽)와 홍승우 소령의 유족들이 고인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군 당국은 앞서 2019724일 시행된 진급 예정자 2계급 추서에 따라 임재엽 중사를 상사로, 홍승우 대위를 소령으로 각각 1계급 특별진급시켰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추서 진급자(전사·순직자) 34명의 유족에게 밀린 연금은 총 65200만원에 이른다. 추서 진급 신청 일자와 계급이 다르다 보니 개인별로 약 7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약 5600만원까지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전사한 고() 임재엽 상사도 포함돼 있다. 임 상사는 중사 진급을 이틀 앞두고 전사하면서 당초 하사에서 1계급 위인 중사로 추서됐다. 이때문에 그간 임 상사의 유가족은 하사에 준한 연금을 받으며 논란이 계속됐다.

 

급기야 시민단체와 유족 등이 전사순직 장병의 실질적인 명예 회복 차원에서 진급 예정자에 한해 2계급 추서 진급을 요구한 끝에 국회에서 20194월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0425일 천안함 침몰과 함께한 장병 4명이 경기도 수원시 연화장에서 유족들의 오열 속에 화장돼 한줌 재로 돌아갔다. 사진은 당시 중사로 추서된 고 임재엽 상사의 유가족이 봉안함을 따라가는 모습. 임 상사는 20197월 특별법이 시행될 때까지 9년간 중사 예우를 받았다.

 

지난 2010425일 천안함 침몰과 함께한 장병 4명이 경기도 수원시 연화장에서 유족들의 오열 속에 화장돼 한줌 재로 돌아갔다. 사진은 당시 중사로 추서된 고 임재엽 상사의 유가족이 봉안함을 따라가는 모습. 임 상사는 20197월 특별법이 시행될 때까지 9년간 중사 예우를 받았다. 오종택 기자

3개월 뒤 법이 시행되자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국방부는 임 상사의 추서 진급과 관련해 상사로 진급하면 유족연금 등 예우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군은 임 상사의 추서 진급이 확정되자 보도자료까지 내며 예우를 확인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금 실무를 맡는 국군재정관리단은 그해 8월 유족연금을 올리기 위해 관련 업무 처리 지침을 수정해 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다가 지난달 전사·순직자 유가족 등이 문제 제기한 이후에야 재정관리단에 업무 처리를 통지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해당 업무가 늦어졌다고 한기호 의원실에 해명했다. 한 의원은 정부가 마치 전사순직자들을 예우할 것처럼 홍보하며 생색은 다 내놓고 정작 예우는 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그런데도 유족에게 연금 추가 지급 안내문만 보내고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3월 26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제2연평해전 전적비에 참배한 후 고 윤영하 소령 모친을 위로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연금 지급 기준이 추서된 계급이 아닌 실제 계급에 준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일례로 제2연평해전(2002629) 당시 참수리정 정장이었던 윤영하 소령의 경우, 소령으로 추서된 뒤에도 연금은 대위 기준이라며 이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용사들에 대한 진정한 추서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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